연재/오션스8

[루데비] 狐疑(호의)

한율 픽 2018. 7. 17. 22:47

狐疑 (호의) 의심이 많고 결단성이 없어 일에 임해 머뭇거리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말. 원래 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얼음이 언 내를 건널 때에도 일일이 물이 없는 곳을 살펴서 건너기 때문에 여기에서 유래함.

 

 w. 오율

 

 루는 처음 만났던 데비의 모습을 회상할 때면 꼭 여우를 언급하곤 했다. 이유를 물으면 그저 웃으며 말을 삼켰다, 데비가 옆에 있을 때면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내며. 데비는 루의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을 매섭게 뜨고 루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본인인 데비조차도. 설명을 요구할 때면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고 데비는 말했다. 그때만큼 단호한 적은 없다며 투덜거리는 데비의 말투에는 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코니?”

 데비가 왜 여우 같았는지 정말 알려주면 안돼요?”

 곤란한데.”

 제발요너무 궁금해서 밤에 잠도 안 와서 눈 밑이 이렇게 푹 꺼졌다구요.”

 오 허니…. 그 말은 안타깝지만 정말 안돼. 데비는 나만의 여우니까.”

 루는 그렇게 말하곤 저를 부르는 데비에게 향하며 나중에 보자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너무 느끼한 말을 들어버려서 지금 당장 서브웨이를 먹으러 가야겠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얘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은 새삼스럽게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안정감이 있었다. 서로의 눈빛에 담긴 신뢰와 애정을 두 사람은 알고 있을까. 데비는 유독 루에게 좀 더 제멋대로 굴었고 루는 늘 다정했지만 다른 이보다도 데비에게는 더 관대했다. 또 괜한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와 두 사람을 방해하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얼른 자리를 피했다.


 루의 데비에 대한 첫 인상은 의외의 사람에게서 알게 됐다. 내가 가끔 루에게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것을 지나치다 보았다며 다가온 나인불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장난기 섞인 웃음을 생글생글 지으며 얘기를 꺼내왔다. 오글거리는 얘기일 것이라며 키득거리더니 진짜 듣고 싶냐며 몇 번을 놀린 끝에야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루가 취했을 때 슬쩍 물어봤었어."

 더 짓궂은 표정을 지어내더니 기억을 더듬는 듯이 미간을 팍 찌푸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나인볼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여우가 어떤 동물인지 알아?"

 "여우? 뭐 어린이 동화나 성차별적인 진부한 의미 얘기하는 거야?"

 검지와 중지를 까딱거리며 얘기하니 나인볼은 조금 인상을 찌푸렸지만 낮게 숨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얘기를 이어나갔다.

 "전에 유행했던 여우 영상 본 적 있지? 그 자기를 살려준 은인한테 애교 부리는."

 "아 그거 너무 귀여웠지."

 "데비가 딱 그런 느낌이래."

 "하?"

 "그때 루 말을 빌리자면... '원래 여우는 의심이 많아. 남을 잘 믿지 않고 조심성이 많지. 그런데 자기가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한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여우야.' 라고 얘기했었네."

 "으... 차라리 듣지 말걸. 진짜 오글거리네."

 나인볼은 내 표정을 보더니 장난에 성공해서 뿌듯한 아이 같은 표정을 내비치더니 '난 간다.' 하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나버렸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그 영상을 다시 찾아보았다. 루가 '나만의 여우' 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평생 데비한테는 말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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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부터 44분 간 작성한 글입니다. 전력의 주제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호의로 써봤는데 어떤가요..ㅋㅋㅋ 좀 억지로 붙이려 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열심히 썼답니다..,ㅎㅎ

글에 언급된 그 여우예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움짤임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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