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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루] 담배

한율 픽 2018. 7. 23. 12:36

w. 오율


 데비는 막 잠에서 깨어 옆자리를 더듬어보았다. 아직 깊은 밤인지 밖은 작은 별들만이 어슴푸레 빛을 냈다. 약간 남아있는 열기가 데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나 지금은 비어있을 뿐이었다. 데비는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루?"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몸을 일으켰다. 나신을 감싸고 있던 얇은 이불이 바스락거렸다. 루를 찾으러 침대에서 일어선 순간 달칵, 문이 열렸다. 자고 있을 데비를 신경쓴 것인지 천천히 열렸다 닫히는 문을 데비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발걸음 소리도 죽이고 들어온 루는 어둠 속에서 저를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데비??"
 "루."
 "놀래라. 벌써 일어났어? 더 자도 되는데..."
 데비는 말없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루가 데비의 옆으로 가 누웠다. 루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시 누운 데비가 옅게 풍겨져 오는 담배 냄새를 들이마셨다. 오래 서있다 온 것인지 차가워진 몸을 한껏 끌어안고 팔을 슬슬 쓸어내렸다.
 "루."
 "응?"
 "담배 끊자."
 "......그래."
 데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 날 이후로 루에게서 담배냄새가 난 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도 데비의 옆에서 사라지는 일도 없어졌다. 데비는 그 사실을 알아채곤 만족스럽게 웃었다. 금단증상 때문인지 저에게 진득하게든 가볍게든 입을 맞춰오는 일 또한 늘었다. 데비가 루의 곁을 떠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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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는 눈을 떴다. 감옥보다는 큰 창이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눈을 감아보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자신이 움직여도 부스럭 소리를 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이불을 만지작거리다 베개만 챙겨 루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와는 다른, 둘이 누워도 충분히 넓은 침대에 잠들어 있는 루를 조금 내려다보다 옆자리로 파고 들었다. 조금 뒤척이던 루는 이내 다시 새근거렸다. 자는 동안 따끈하게 데워진 몸을 끌어안자 풍겨온 냄새는 루가 자주 쓰는 바디워시의 향이었다. 낮에 탔던 차에서도 집에서도 담배 냄새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데비는 슬며시 당겨지는 입꼬리를 그대로 루의 어깨에 눌러찍었다. 옆자리가 더이상 허전하지 않았다. 데비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자신을 보고 놀랄 루의 반응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