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

[데비루] 처음

w.오율 나의 처음은 언제나 최악이었다. 첫 친구는 남을 뒤에서 헐뜯는 것을 좋아했고, 첫 학교는 비리와 학교 폭력의 온상이었으며, 첫 시험은 너무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어 낙제를 받았다. 첫 키스는 상대가 먹은 이름 모를 해산물 때문에 비린 맛이 가득했고, 첫 섹스는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러고도 나는 또 하나의 처음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데비.” “응?” “우리 사귈까?” 첫 고백이다. 아마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내뱉은 고백은 기나긴 침묵이 되었다. 바닥에 둔 내 시선에 데비의 신발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데비는 최대한 나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거절의 말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어떤 말이든 거절인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 손 끝이 제멋..

연재/오션스8 2018.08.05

[데비루] 담배

w. 오율 데비는 막 잠에서 깨어 옆자리를 더듬어보았다. 아직 깊은 밤인지 밖은 작은 별들만이 어슴푸레 빛을 냈다. 약간 남아있는 열기가 데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나 지금은 비어있을 뿐이었다. 데비는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루?"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몸을 일으켰다. 나신을 감싸고 있던 얇은 이불이 바스락거렸다. 루를 찾으러 침대에서 일어선 순간 달칵, 문이 열렸다. 자고 있을 데비를 신경쓴 것인지 천천히 열렸다 닫히는 문을 데비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발걸음 소리도 죽이고 들어온 루는 어둠 속에서 저를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데비??" "루." "놀래라. 벌써 일어났어? 더 자도 되는데..." 데비는 말없이 자신의 옆..

카테고리 없음 2018.07.23

[루데비] 狐疑(호의)

狐疑 (호의) 의심이 많고 결단성이 없어 일에 임해 머뭇거리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말. 원래 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얼음이 언 내를 건널 때에도 일일이 물이 없는 곳을 살펴서 건너기 때문에 여기에서 유래함. w. 오율 루는 처음 만났던 데비의 모습을 회상할 때면 꼭 여우를 언급하곤 했다. 이유를 물으면 그저 웃으며 말을 삼켰다, 데비가 옆에 있을 때면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내며. 데비는 루의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을 매섭게 뜨고 루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본인인 데비조차도. 설명을 요구할 때면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고 데비는 말했다. 그때만큼 단호한 적은 없다며 투덜거리는 데비의 말투에는 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루,” “무..

연재/오션스8 2018.07.17

크림히어로즈 움짤(~171214)

영상 보면서 계속 보고 싶었던 부분을 움짤로 만든 것들 모음일뿐입니다 ※스압주의&맥락없이 긴 움짤 주의 제목 날짜는 걍 제가 움짤 만들고 게시한날 표시지 영상 날짜 아님... 물어봐도 모를 가능성⬆️ 갤럭시 기본기능으류 만든거라 좀 다를 수 있음 모바일로 게시하는 거라 움짤 확인 못하고 올림 전 모든 고양이들을 정말 정말 좋아하지만 특히 코코를 좋아함...^^)> 4.65(mb) 3.93 5.10 2.19 3.03 3.88 3.63 3.68 3.79 5.19 4.48 3.75 4.26 4.90 7.73 6.74 4.55 6.24 3.22 6.40 1.43 1019.12(kb) 5.86 2.24 1.36 13.37 2.79 5.31 5.77 4.73 3.79 4.59 13.15 7.47 4.94(밑에랑 바..

CREAMCAT 2017.12.14

[리막] 공허

네가 없는 세상에 내가 존재할 이유는 없었다. 혜진은 오늘도 멍하니 열린 창밖을 보기만 했다. 낮임에도 어두운 방 안 한 구석에 걸린 벽시계의 시곗바늘만 거슬리는 기계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였다. 창문에 점점이 떨어지며 톡톡 소리 내는 물방울들을 보며 아, 비가 오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 방 안을 젖게 만드는 창문을 닫을 생각은 없었다. 거세진 빗줄기가 창틀에 부딪혀 혜진의 얼굴에 차가운 저의 온도를 자랑하고서야 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창문을 닫았다. 쏴아아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내려다보며 혜진은 문득 저 비를 흠뻑 맞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허무맹랑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충 검은색 트레이닝 복을 위아래 걸쳐 입고 슬리퍼에 대충 발을 끼운 뒤 문을 열었다...

19회 취사전력 구차해&부담이 돼

w.한율 별 하나 뜨지 않은 검은 밤하늘 아래 어색하게 서있는 두 인영이 있었다. 조금 작은 인영이 큰 인영을 바라보며 한 발, 멀어졌다. 한숨을 쉬는 듯 어깨가 축 처졌다. "별아, 우리... 헤어질까......?" 휘인의 목소리가 소곤대는 바람을 타고 사라지고 둘 사이에는 바람과 별만이 소란스러웠다. 별이는 듣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헤어지자는 목소리를, 결국 내가 말해야하는 구나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에 구겨지는 휘인의 표정을. 별이는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덜 연락했다면, 휘인의 취향에 좀 더 맞춰줬더라면, 조금이라도 덜 부담을 줬다면. 바쁘다는데, 힘들다는데. 이별을 통보받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저 자신을 탓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헤어짐이 다가온다는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

전력 2017.03.13